전에 말한 대로 일단 산/염기 각론은 뒤로 미뤄 두고, 일단 전해질 쪽 글을 먼저 작성하기로 했다. 신장 part에서 다룰 만한 전해질 이상에는 저/고나트륨혈증과 저/고칼륨혈증이 있는데, 그중에서 우선 칼륨 쪽을 먼저 다루기로 하여 이번 글의 주제는 고칼륨혈증이다. 그렇지만 이번 글이 고칼륨혈증이라도 다음 글이 저칼륨혈증일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고칼륨혈증 (Hyperkalemia)
혈중 칼륨 농도의 정상치는 대략 3.5~5.5 mEq/L이므로, 고칼륨혈증은 칼륨 수치가 5.5를 넘긴 경우를 의미한다. 고칼륨혈증을 일으킬 수 있는 원인을 분류하면 크게 과도한 섭취 / 세포 외로의 이동 증가 / 부적절한 배설로 나눌 수 있고, 추가로 진짜 고칼륨혈증이 아닌 pseudohyperkalemia를 고려해 주어야 한다. 사실 이렇게 나눌 수 있지만 대개 고칼륨혈증은 부적절한 배설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가장 많고, 배설은 당연히 신장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신장 part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것이다.
1. Excessive K intake / K의 extracellular shift
정상인의 경우 칼륨의 과도한 섭취로 인해 고칼륨혈증이 발생할 일은 거의 없지만, 신장 기능이 저하된 사람의 경우 칼륨이 풍부한 음식을 많이 섭취할 경우 고칼륨혈증이 발생할 수 있다. 칼륨이 풍부한 음식으로는 시금치, 브로콜리, 토마토, 바나나, 고구마, 감자 등이 있는데, 고혈압 환자에서야 칼륨 섭취가 도움이 된다지만 신장 기능이 나쁜 (특히 투석 중인 환자) 환자에서 과도한 칼륨 섭취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주의하도록 하자.
체내에 칼륨은 세포 밖보다 세포 안에 더 많이 존재하는데, 이는 세포에 있는 Na-K ATPase가 지속적으로 세포 밖으로 나트륨을 내보내고, 세포 안으로 칼륨을 들여보내기 때문이다. 이 세포 안에 있는 칼륨이 여러 사유로 인해 세포 밖, 즉 혈액 속으로 방출되게 되면 고칼륨혈증이 발생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산증(acidosis)이다. 전에 세포 내외로 H의 이동은 K와 반대 방향으로 이루어진다고 알아 두면 좋다고 했는데, 산증(정확히는 산혈증)의 경우 혈액 내에 H가 많아짐에 따라 세포 내로 H의 이동이 증가하게 되고, 이에 따라 K은 반대 방향인 세포 내에서 세포 외로 이동하게 되어 고칼륨혈증이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산증에서 무조건 고칼륨혈증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이외에도 삼투압 증가(hyperosmolality, 고혈당/만니톨/조영제 등), 인슐린 부족, 조직 손상(rhabdomyolysis 등), 종양용해증후군(tumor lysis syndrome), 약물(석시닐콜린, 베타차단제, 디곡신 중독 등) 등에 의해서도 세포 밖으로의 칼륨 이동이 증가하여 고칼륨혈증이 발생할 수 있다.
2. Inadequate K excretion
기본적으로 칼륨은 신장을 통해 배설되게 되고, 배설을 조절하는 중요한 부위는 신장 세뇨관의 집합관(collecting duct)이다. 그리고 전에 작성한 세뇨관 글에서 설명한 적 있는데, 집합관에서 칼륨의 배설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물질은 부신에서 분비하는 호르몬인 알도스테론(aldosterone)이다. 따라서 신장 기능이 좋지 못한 경우, 그리고 알도스테론 관련 시스템에 이상이 생긴 경우 체내 칼륨이 적절하게 배설되지 못하여 고칼륨혈증이 발생할 수 있다.
집합관을 기준으로 구분해 보면, 집합관 이전에 애초에 신장으로 오는 혈류량이 감소하거나 (유효 순환 혈류량이 감소해도 된다) 모종의 이유(AKI나 CKD 등)로 GFR이 감소할 경우 집합관에서 칼륨 배설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진다 해도 고칼륨혈증이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혈류량이나 GFR이 정상이어도, 집합관에서 알도스테론의 작용에 의한 칼륨 배설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고칼륨혈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알도스테론의 분비는 RAAS(Renin-Angiotensin-Aldosterone System)라는 시스템에 의해 조절되는데, 이 시스템이 어딘가에서 원활하게 작동하지 못한다면 알도스테론의 분비 자체가 줄어들어 집합관에서 충분히 칼륨을 배설할 수 없게 된다. (참고: 레닌-안지오텐신 시스템 (RAS))
따라서 RAAS의 각 단계별로 이를 억제하는 약물들의 경우 부작용으로 고칼륨혈증을 일으킬 수 있는데, NSAIDs/COX-2 inhibitor/β blocker 등은 레닌을, ACEi/ARB 등은 안지오텐신 II를, aldosterone antagonists(spironolactone 등)는 알도스테론을 각각 억제하여 고칼륨혈증을 일으킬 수 있다.
레닌은 신장에서 분비되지만 알도스테론은 부신에서 분비되므로, primary adrenal insufficiency 같은 부신 질환에서도 알도스테론의 분비가 감소하여 고칼륨혈증이 발생할 수 있다. 이외에도 여러 원인들이 고칼륨혈증을 일으킬 수 있지만, 일단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다.
3. Pseudohyperkalemia (artifact)
혈액 관련 검사에서는 정확하게 검사가 시행되었는지와 검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늘 주의해야 한다. 칼륨도 마찬가지로 이런저런 이유로 실제 칼륨 수치보다 검사 결과가 높게 나올 수 있는데, 이를 가성고칼륨혈증(pseudohyperkalemia)이라 한다.
가성고칼륨혈증은 채혈 과정에 문제가 있거나 채혈 후 검사까지 시간이 지연되었을 때 주로 발생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채혈 시 과도한 움직임(쥐었다 펴기)을 피하고, 압박대를 장시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이를 지켜 올바르게 채혈했더라도 검사까지 시간이 지연될 경우, 혈액 내의 혈구가 파괴되어 세포 내에 있던 칼륨이 혈장 내로 방출되어 칼륨 수치가 증가할 수도 있다. (비슷한 이유로, 애초에 혈액 내에 혈구가 증가된 상태에서 검사를 해도 가성고칼륨혈증이 발생할 수 있다)
생각보다 가성고칼륨혈증은 흔하게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임상적으로 고칼륨혈증이 의심되지 않는 고칼륨혈증의 경우 가성고칼륨혈증을 항상 염두에 두고, 다시 채혈하여 재검을 하거나 혈청(serum) 대신 혈장(plasma)에서 전해질검사를 해 보아야 한다.
(참고) 고칼륨혈증 치료
추가로 고칼륨혈증 치료에 대하여 간단하게 알아보자면, 치료는 크게 급성기 치료와 만성기 치료로 나눌 수 있다. 만약 고칼륨혈증으로 인해 혈압이 떨어지고 심전도에 변화(QRS widening, tall T wave 등)가 생긴다면 이는 응급 상황으로, 즉시 calcium gluconate를 투여해야 한다.
칼슘을 주는 이유는 심장의 전기적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함인데, 세포 밖에 칼륨이 늘어나게 되면 세포막의 resting potential이 증가하게 된다. Resting potential이 증가하여 탈분극의 threshold에 가까워지면 탈분극 시 열리는 Na channel의 수가 줄어들어 정상처럼 빠르게 탈분극하는 것이 불가능해지는데, 칼슘은 threshold를 높여 주어 칼륨이 세포막 전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여 준다.
칼슘을 투여하여 심장 전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방지하였다면, 다음으로는 최대한 세포 내로 칼륨을 이동시켜야 한다. 세포 내로의 칼륨 이동은 인슐린이나 교감신경(β-2)에 의해 조절되는데, 이 이동을 항진시키기 위해 insulin+glucose나 β-2 agonist인 albuterol를 투여해야 한다. (인슐린에 당을 같이 주는 이유는 당연히 저혈당 방지이다)
여기까지가 급성기 치료라고 할 수 있는데, 다음 단계인 만성기 치료의 경우 본격적으로 칼륨을 체내에서 제거하는 과정이다. 이 단계에서는 Loop diuretics나 SPS(sodium polystyrene sulfonate) 같은 약물을 이용하거나, 직접 혈액에서 투석을 통해 칼륨을 제거하게 된다.
참고)
파워내과 10판
Harrison's Principles of Internal Medicine, 21th edi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