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작성할 것이라는 떡밥만 날리던(?) 산/염기 각론 중 일단 대사성 산증에 대한 글을 한번 써 보기로 했다. 이걸로 신장 카테고리는 글의 개수가 6개가 되어 단독 1위가 되었는데, 신장이나 내분비 쪽에 글이 먼저 많아지는 이유는 이쪽 분야 내용을 설명할 때는 참고할 만한 이미지 자료를 넣지 않거나 적게 넣어도 되는 점 아닐까 생각한다. (심전도, 내시경, X선/CT/MRI... 이런 것들. 그렇다고 이쪽에서 저런 검사를 아예 안 하는 건 아니니 그냥 그런 주제를 내가 피하고 있다고 보는 게 맞겠지.)
대사성 산증 (Metabolic Acidosis)
전에 총론(링크)에서 기본적인 내용은 설명을 했는데, 대사성 산증(metabolic acidosis)이란 체내 HCO3의 양이 감소하여 혈액의 pH가 7.35 이하로 떨어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체내에서 HCO3는 H와 결합하여 중화되기 때문에 단순히 생각하면 산이 증가했을 때 대사성 산증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만 굳이 산이 증가하지 않더라도 HCO3 자체가 특정 사유로 인해 감소할 수도 있으므로 대사성 산증의 원인은 크게 산 증가 / HCO3 감소의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이 2가지를 감별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것이 바로 혈청 음이온차(anion gap, AG)이다. 기본적으로 혈액은 전기적으로 중성이기 때문에 혈액 속 양이온의 수와 음이온의 수는 동일하다. 그렇지만 혈액검사에서 주로 측정하는 전해질인 Na / Cl, HCO3 만을 이용하여 계산을 해보면 양이온(Na) 쪽이 더 많게 나온다. 이는 측정되지 않는 음이온의 수가 양이온의 수보다 많기 때문이다. (K의 경우 Na에 비하면 혈액 내의 농도가 낮기 때문에 그냥 무시한다)
여기서 측정되지 않는 이온들의 차이, 즉 unmeasured anion(음이온)에서 unmeasured cation(양이온)을 뺀 값을 anion gap이라고 한다. 정의를 이렇게 했기에 anion gap의 값은 Na의 농도에서 Cl과 HCO3의 농도를 빼서 간접적으로 구할 수 있는데, ( [Na+] - ([Cl-] + [HCO3-]) ) 이 anion gap의 증가 여부에 따라 대사성 산증을 나누게 된다.
Anion gap의 정상치는 대략 8~12 mEq/L (mmol/L)인데, 만약 저알부민혈증이 있을 경우 AG가 과소평가될 수 있어 이를 보정해 줄 필요가 있다. (알부민은 대표적인 unmeasured anion이기 때문이다) 보정 방법은 AG에 2.5(normal albumin - observed albumin)를 더하는 것인데, 이에 따라 보정된 AG는 원래의 AG보다 증가하여 보다 정확하게 환자의 상태를 진단할 수 있게 된다.
1. High AG acidosis
Anion gap이 정상치보다 증가한 high AG acidosis는 대개 체내에 organic acid가 과다 축적될 때 발생한다. Organic acid는 간단하게 HA의 화학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데, 이들은 혈액 속에서 수소 이온을 방출하여 H+ / A-의 형태로 존재하게 된다. 방출된 수소 이온은 HCO3와 결합하여 중화되고, 남은 A-(음이온)는 그대로 남아 unmeasured anion이 되므로 AG이 증가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organic acid에는 젖산(lactate), 아세톤을 제외한 케톤체(ketone bodies) 등이 있다.)
High AG acidosis의 대표적인 4가지 원인에는 lactic acidosis, ketoacidosis, toxin-induced acidosis, 그리고 renal failure (acute and chronic)가 있다. 앞의 3개는 아래쪽에서 조금 더 자세히 보기로 하고, renal failure의 경우 말 그대로 신장 기능이 크게 나빠졌을 때 신장을 통해 산을 제대로 배설하지 못하게 되어 AG가 상승한다는 뜻이다. 만약 AKI나 CKD의 정도가 심하지 않다면 AG는 정상이거나 크게 증가하지 않을 수 있다.
먼저 lactic acidosis는 크게 type A와 type B로 나눌 수 있다. Type A는 hypoxic lactic acidosis라고 하는데, 조직에 산소 공급이 부족한 경우 발생할 수 있다. 산소 공급이 충분치 못하다면 세포는 산화적 인산화를 통해 ATP를 생성할 수 없으니, 대신 무산소성 해당작용에서 피루브산을 젖산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통해 ATP를 얻게 된다. 이 과정의 산물인 젖산이 혈액 내에 증가하게 되어 대사성 산증이 발생하는 것이다.
Type A lactic acidosis를 일으킬 정도로 심하게 산소 공급이 떨어질 만한 상황에는 circulatory insufficiency (shock, cardiac failure), severe anemia, poisoning (CO, cyanide) 등이 있다. (추가로 심한 운동으로 인해 일어날 수도 있다) 반대로 type B는 hypoperfusion 없이 젖산이 증가한 경우인데, 원인으로는 악성 종양, 당뇨병, 신부전, 간부전, 티아민 결핍, 심한 감염, 발작, 약물(acetaminophen, metformin, NRTIs (HIV)...) 등이 있을 수 있다.
Ketoacidosis는 크게 당뇨병, 알코올, 굶주림(starvation)으로 인해 발생한다. 당뇨병으로 인한 케톤산증, 즉 DKA는 나중에 내분비 쪽에서 설명하려고 하니 일단 생략하고, 당뇨병 이외에도 과도한 알코올 섭취나 오랜 기간 굶었을 경우에도 케톤산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여러 물질에 중독되었을 때도 high AG acidosis가 발생할 수 있다. 원인이 될 수 있는 물질의 경우 대부분이 먹으면 안 되는 독성물질인데, 약물인 salicylate(아스피린)도 중독되면 호흡성 알칼리증과 더불어 대사성 산증을 일으킬 수 있다. 약물 말고 조심해야 하는 대표적인 독성물질로는 메탄올과 에틸렌 글리콜이 있다. 일상생활에서 메탄올에 얼마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에틸렌 글리콜의 경우 자동차 부동액의 주성분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잘못 섭취할 가능성이 있는 편이다.
참고) Serum osmolar gap
ethanol, methanol, ethylene glycol 등의 중독으로 인한 대사성 산증에서는 serum osmolar gap이 20 이상으로 크게 증가한다. Serum osmolar gap은 「measured osm. - calculated osm.」으로 계산하는데, calculated osmolality는 「2Na + glucose/18 + BUN/2.8」로 직접 계산해서 구할 수 있다.
2. Normal AG acidosis
Anion gap이 정상인 대사성 산증의 경우 원인은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AG가 정상이라는 뜻은 맨 위에서 말한 대로 특정 사유로 인해 HCO3 만 감소했다는 뜻인데, 우리 몸에서 어디를 통해 HCO3가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을까? 대변/소변을 생각하면 답은 쉽다. 그래서 원인 1번째는 GI를 통한 HCO3 상실이고, 원인 2번째는 신장에서 urine acidification에 장애가 생긴 것이다.
정상적으로 소장이나 췌장에서 위장관으로 분비되는 분비액에는 다량의 HCO3가 함유되어 있는데, 그렇기에 설사 같은 사유로 인해 위장관으로 HCO3 소실이 다량 발생할 경우 대사성 산증이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신장 역시 우리 몸의 화학적 평형을 유지하는 데 기여하는 장기이므로, 이곳에 이상이 생겨도 대사성 산증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전에 작성한 신장 세뇨관(링크) 글에서 설명을 한 적 있는데, 신장 세뇨관에서는 지속적으로 HCO3를 재흡수하고 H를 분비하고 있다. 이 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대표적인 질환으로 신세뇨관 산증(RTA, renal tubular acidosis)이 있는데, 나중에 RTA에 대해서는 따로 글을 작성하려고 하고 있으니 여기서는 간단하게 설명하고 넘어가도록 하겠다.
RTA에서 중요한 점은 type1,2,4 RTA에 대한 것이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type 1 RTA는 distal tubule에서 H 분비에 장애가 생긴 것이고, type 2 RTA는 proximal tubule에서 HCO3 재흡수에 장애가 생긴 것이고, type 4 RTA는 알도스테론이 부족하거나 알도스테론에 대한 resistance가 생겨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알도스테론이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니 당연히 type 4 RTA에서는 hyperkalemia가 발생할 것이고, 반대로 type 1과 2에서는 hypokalemia가 발생한다. 일단 type 1과 2에서는 Na 재흡수가 증가하기 때문에 이로 인해 K 분비가 증가한다고만 알아 두자. 마지막으로 type 1과 type 2 RTA는 소변의 pH를 확인하면 감별할 수 있다. (소변 pH가 5.5보다 높으면 type 1이다)
AG가 정상인 대사성 산증에서 원인이 renal 인지 non-renal 인지 감별하기 위해서는 소변 음이온차(urine anion gap, UAG)를 이용한다. 혈청 음이온차와는 조금 다르게 소변 음이온차는 소변 Na와 K의 농도에서 Cl의 농도를 빼서 구하게 된다. ( ([Na+] + [K+]) - [Cl-] ) 정상적인 경우 UAG는 0~positive이다.
세뇨관 쪽에서 설명을 했어야 하는데, 세뇨관에서 분비된 H는 절반 이상이 NH3(암모니아)와 결합하여 NH4+(암모늄)의 형태로 배설되게 된다. 이 NH4+는 대부분 Cl-과 함께 배설되게 되므로, UAG는 이 NH4+의 배설 능력을 간접적으로 반영하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GI loss에 의한 대사성 산증에서는 줄어든 HCO3에 대한 보상 반응으로 신장에서 H 배설이 늘어나게 되는데, 이에 따라 소변으로 Cl 배설도 늘어나게 되어 UAG의 값은 negative(0 미만)가 되게 된다. 반대로 RTA에서는 UAG는 0이거나 positive를 유지하게 된다.
참고)
파워내과 10판
Harrison's Principles of Internal Medicine, 21th edi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