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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

잠복결핵

by 빌드스타 의학ver 2025. 1. 11.

원래는 앞선 2개의 글로 결핵에 대한 공부를 마치고 다음 주제로 넘어가려고 했는데, 이번 주에 일정이 좀 생겨 바빠서 새로운 주제를 찾고 공부하기가 어려워졌다. 그렇지만 1주일에 글 하나씩은 블로그에 올리고 싶은지라, 적당히 결핵 내용 중에서 잠복결핵 내용이라도 간단하게 정리해서 올리기로 했다.

 

잠복결핵_LTBI

 

잠복결핵 (Latent Tuberculosis Infection, LTBI)

결핵균 쪽에서 설명한 대로, 결핵균은 우리 몸 안에서 증식이 억제된 잠복기 상태로 오랜 기간 생존할 수 있다. 이러한 상태, 정확히는 「체내에 소수의 살아있는 결핵균이 존재하나 균이 외부로 배출되지 않아 타인에게 전파되지 않으며, 증상이 없고, 항산균 검사와 흉부 X선 검사에서 정상인 경우」를 잠복결핵이라 한다.

 

진단

잠복결핵 진단을 위한 검사를 해야 하는 대상자는 크게 전염성 결핵 환자의 접촉자 / 의학적 고위험군 / 의료기관 종사자의 3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전염성 결핵 환자의 접촉자의 경우 당연히 최우선적으로 잠복결핵 검사를 시행해야 하는 대상이다. 의학적 고위험군의 경우 대부분 면역이 억제된 환자들인데, 특히 신경을 써야 하는 (반드시 잠복결핵 검사를 해야 하는) 경우는 아래와 같다. 

- HIV 감염인
- 장기 이식으로 면역억제제를 복용 중이거나 복용 예정자
- TNF 길항제로 치료 예정인 환자
- TNF 길항제 이외의 생물학적 제제와 소분자 억제제로 치료 예정인 환자
- 과거 결핵치료력 없이 흉부 X선에서 자연 치유된 결핵병변이 있는 경우
- 규폐증 환자

 

마지막으로 의료기관 종사자의 경우 무조건 신규 고용 이전에 잠복결핵 검사를 받아야 하며, 고용된 이후에도 주기적으로 잠복결핵 검사를 받는 것이 권고된다. (특히 호흡기 관련 병동에서 일하는 경우라면 더더욱)

 

이러한 검사 대상자 중에서 결핵 관련 증상이 있거나 CXR에서 이상 소견이 보인다든지 하면 그냥 일반적인 결핵 검사인 항산균 검사를 하면 되지만, 아무런 증상도 없고 CXR도 정상이라면 잠복결핵 진단을 위한 검사를 해야 한다. 그런데 항산균 검사로도 확인할 수 없는 잠복결핵을 어떻게 진단할 수 있을까?

 

현대 의학의 발전으로 우리는 면역학적 검사를 통해 잠복기 상태에 있는 결핵균의 유무를 확인할 수 있다. 잠복결핵에 사용되는 면역학적 검사는 크게 2가지, TST와 IGRA가 있다. (두 검사 모두 활동성 결핵에서도 양성을 보이므로, 먼저 활동성 결핵의 배제가 필수적이다)

 

 

< Tuberculin Skin Test, TST >

 

TST라고 많이 부르는 투베르쿨린 피부반응검사는 PPD라는 물질(결핵균 항원이다)을 피내에 주사하여 이전에 결핵균에 감작된 T 림프구에 의한 지연형 과민반응이 일어나는지 확인하는 검사이다.

 

아직 블로그에 알레르기 쪽 내용은 다루지 않았지만, 지연형 과민반응은 이름처럼 자극에 대한 반응이 늦게 일어난다. 따라서 피내주사 후 48~72시간이 지난 다음 피부의 반응을 판독하게 된다. 판독은 발적의 크기와는 상관없이 경결(induration)의 가장 긴 직경을 측정하게 되는데, 10mm 이상이면 양성이다. (HIV 감염자는 5mm 이상이면 (+))

 

다만 주의할 점은 BCG 접종에 의한 위양성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인데, 다행히도 1세 이전에 BCG 접종을 받았을 경우 위양성률은 별로 높지 않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판독을 할 때 1세 이전의 BCG 접종력은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 다만 1세 이후에 BCG 접종을 받았거나 2회 이상 BCG 접종을 받았다면 위양성률이 상당히 높아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 IFN-γ Release Assay, IGRA >

 

인터페론 감마 분비검사(IGRA)는 과거 결핵균에 감작된 T 림프구가 결핵균 항원을 다시 만났을 때 분비하는 인터페론 감마(IFN-γ)를 측정하여 결핵균 감염 유무를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다. 정확히는 환자의 혈액을 뽑아 결핵균 특이 항원이 있는 튜브에 첨가한 후 16~24시간 뒤에 인터페론 감마의 농도를 측정한다.

 

일반적으로 IGRA는 5세 미만 연령에서는 민감도가 낮아 잘 사용하지 않는데, TST에서 언급한 대로 만약 1세 이후에 BCG 접종을 받았거나 2회 이상 접종을 받은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연령과 관계없이 잠복결핵의 검사로 IGRA를 시행하는 것이 권고되고 있다. (같은 이유로 BCG 접종력이 불확실한 경우도 IGRA 시행을 권고하고 있다)

 

BCG 접종이 위양성을 나타낼 수 있다는 것과 반대로, 면역이 저하된 성인의 경우 잠복결핵 검사 결과가 위음성으로 나올 가능성이 정상 면역 성인에 비해 높다. 두 검사 중 위음성이 나올 가능성은 TST 쪽이 IGRA보다 높기에, 이런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IGRA를 잠복결핵의 검사로 시행하는 것이 권고되고 있다. 다만 IGRA에서 음성이 나올 경우 추가로 TST 검사를 시행하여 한 번 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 (처음부터 두 검사를 같이 시행하고 나서 판단해도 된다)

 

정상_면역_성인에서_잠복결핵감염의진단
참고) 정상 면역 성인에서 잠복결핵감염의 진단

 

 

치료

잠복결핵을 진단받았다고 해서 반드시 잠복결핵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잠복결핵의 치료가 주는 이익보다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되면 추적관찰만을 시행하게 된다. 다만 집단시설 종사자의 경우 전파 문제가 있어 그냥 무조건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원칙이기는 하다.

 

이전 가이드라인의 경우 「치료대상자 선정」이라고 해서 잠복결핵이 진단되었을 때 치료를 시행하는 그룹과 치료를 고려하는 그룹이 각각 있었는데, 최근 가이드라인을 보니 치료 시작 여부는 개별화하여 환자 개개인의 상황에 맞추는 것으로 하고(그래도 기본은 치료를 권고하는 것이다), 대신 「검사대상자 선정」 쪽으로 내용이 바뀌었다. 그렇게 하는 것이 감염병 관리 측면에서 더 좋은 방법인 듯하다.

 

치료 시작 여부를 결정할 때 고려하는 요인에는 향후 활동성 결핵으로 발병할 가능성, 실제 발병했을 때의 위험성, 해당 지역 및 집단에서의 지속 노출 가능성, 집단 전파 등의 역학적 상황과 유병률, 잠복결핵감염 검사의 부정확성 및 치료의 효과가 있다.

 

구체적인 치료 약제와 기간의 경우 일반적인 결핵의 치료와는 조금 다른데, 주로 사용하는 방법은 아래 3가지이다.

 

- 4R (리팜핀 4개월)

- 3HR (이소니아지드/리팜핀 3개월)

- 9H (이소니아지드 9개월)

 

분명 예전에는 9H가 가장 권고되는 요법이었고 4R이나 3HR은 선택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요법이어서 나는 9H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최근 가이드라인이 바뀌면서 4R과 3HR이 메인 권고로 올라왔고 9H가 선택적 고려로 떨어졌다. 새로 바뀐 김에 3가지 모두 다시 까먹지 말도록 잘 기억해야겠다. (참고: 항결핵제)

 

 

참고)

결핵 진료지침 5판 (2024)

파워내과 10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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