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알코올 간질환에 대한 글을 쓰게 되었다. 주제를 선정하기까지의 과정이 완전 의식의 흐름인데, 저번에 가슴막 삼출을 했으니 이번에는 복수(ascites)를 해볼까? 하고 관련 간담췌 내용을 찾아보다가 문득 알코올 간질환 파트가 눈에 들어와서(...) 바로 결정하게 되었다. 사실 신장 쪽에도 글을 더 쓰고 싶긴 한데, 그쪽은 현재 글 수가 가장 많으니 일단 나중에 하기로 했다.

알코올 간질환 (Alcoholic liver disease)
알코올 간질환은 과도한 알코올 섭취에 의해 간에 이상이 생긴 경우를 말하는데, 비교적 가벼운 질환부터 심한 순서대로 보면 알코올 지방간(alcoholic fatty liver), 알코올 간염(alcoholic hepatitis), 알코올 간경변증(alcoholic cirrhosis)이 있다. 이 중 end-stage인 간경변은 알코올이 아니더라도 바이러스 간염 등 여러 원인에 의해서도 도달할 수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나중에 따로 글을 작성할 예정이고, 이번에는 간단하게 병태생리 위주로 알코올 지방간과 알코올 간염에 대해서만 다룰 예정이다.
알코올의 대사 #1 ADH pathway
우선 알코올이 간에서 어떻게 대사되는지를 알아보자. 체내에 흡수된 알코올(에탄올)은 대다수가 간에서 대사되는데, ethanol - acetaldehyde - acetic acid의 순서로 변환되게 된다. 각각의 변환 과정에는 특정 효소가 필요한데, 첫 번째인 에탄올→아세트알데하이드에서는 ADH(alcohol dehydrogenase)가, 두 번째인 아세트알데하이드→아세트산에서는 ALDH(acetaldehyde dehydrogenase)가 작용한다.
두 과정 모두 대사 과정에서 NAD+가 수소 이온을 받아 NADH가 되게 되는데, 이 NADH가 과도하게 쌓이면 여러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여기서는 그중 지방과 관련이 있는 내용만 간략하게 설명하도록 하겠다. 정상적으로 지방산이 산화되는 과정을 보면 중간에 NAD+가 필요한데, 에탄올 대사 과정에서 이미 NAD+가 NADH로 다량 전환되어 NADH/NAD+의 비율이 높아지면 TCA cycle이나 지방산 산화 과정이 억제된다. (지방이 축적되기 쉽게 된다)
사실 지방산 산화라는 것이 결국 아세틸 CoA를 만드는 과정인데, 바로 아래에 있듯이 에탄올이 대사되어서도 아세틸 CoA는 만들어질 수 있기에... (대사 과정의 우선순위가 알코올이 지방보다 더 높아서 이런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알코올은 독성 물질 취급이라서...)
에탄올 대사 과정의 최종 산물인 아세트산(acetic acid)은 그대로 몸에서 배설되기도 하고, 아세틸 CoA(acetyl CoA)로 변환되기도 한다. 아세틸 CoA는 TCA cycle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데 쓰이거나 지방산 합성에 사용되는 물질이므로, 대사 과정을 처음부터 생각해 보면 알코올이 우리 몸에서 에너지원 및 지방의 합성에 이용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알코올의 대사 #2 MEOS
만성적인 알코올 섭취가 지속되거나 과음을 하게 되면, 우리 몸은 이에 반응하여 추가적으로 에탄올을 아세트알데하이드로 전환할 수 있게 된다. MEOS(microsomal ethanol oxidizing system)라고 하는 이 시스템은 cytochrome P450 2E1 (CYP2E1)라는 효소의 발현 및 활성을 증가시켜 에탄올을 추가로 처리하는데, 이 과정에서는 NADPH가 NADP+가 된다. (H가 어디로 가냐면 산소를 만나 물(H2O)이 된다)
그렇지만 CYP2E1의 발현이 늘어나 이쪽을 통한 에탄올의 대사가 많이 일어나게 되면 이번에도 여러 문제가 같이 발생하게 되는데, 대표적인 것이 활성산소(ROS)의 생성이다. 활성산소(ROS)는 이로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세포와 DNA를 손상시키는 유해 물질이다. 또한 몇몇 약물의 대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이 CYP2E1에 의해 대사되어 독성 물질(NAPQI)이 생성될 수 있다. 그리니 술을 마시고 다음날 머리가 아프다고 해서 타이레놀을 먹는 것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알코올 지방간 (Alcoholic fatty liver) / 알코올 간염 (Alcoholic hepatitis)
하다 보니 앞쪽 내용을 작성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기에 이쪽은 그냥 간단하게 설명하도록 하겠다. 기본적으로 간에 지방이 과도하게 축적되면 지방간(fatty liver)이고 간세포에 손상이 발생하게 되면 간염(hepatitis)이다.
위에서 설명한 대로 알코올의 섭취는 지방산의 산화를 억제하고 합성을 증가시킨다. 따라서 과도한 음주가 계속되게 되면 점점 간세포에 지방이 축적되어 지방간이 발생하게 된다. 왜 하필 간에 지방이 축적되는가 하면,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간에서 합성된 지방(중성지방)은 VLDL의 형태로 혈액으로 이동하게 된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알코올 자체가 VLDL 생산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 간세포에 지방이 축적된다고 한다. 다행히도 지방간은 가역적인 질환이기 때문에 금주를 하게 되면 다시 이전의 정상적인 간으로 돌아올 수 있다.
알코올 대사에 의해 생성되는 활성산소(ROS)나 다른 여러 원인들에 의해 간세포가 손상을 입으면 간염이 발생하는데, 손상을 입은 간세포는 점차 섬유화(fibrosis)가 일어나게 된다. 섬유화가 진행될수록 간세포의 기능은 떨어지게 되고, 정도가 심해지면 결국 간경변으로 진행하게 된다. 안타깝게도 섬유화는 지방간과 다르게 쉽게 되돌릴 수 있는 변화는 아니다.
알코올 간염 환자에서 간기능검사를 시행한다면 대개 AST와 ALT가 상승하여 있다. 이는 간기능검사 2편에서 설명한 대로 간세포가 손상을 입었기 때문인데, 알코올은 간세포에서 사립체(미토콘드리아) 손상을 유발하여 사립체에 있는 반감기가 긴 ASTm(mitochondrial AST)가 방출되게 하므로 AST는 ALT의 2배 이상 상승하게 된다.
알코올 지방간의 경우 앞서 말한 대로 금주가 필요하고, 그 이외에는 별다른 치료가 필요하지 않지만 알코올 간염은 조금 다르다. 알코올 간염에서는 중증도를 판단하여 severe 한 경우에는 스테로이드(glucocorticoid)를 사용하게 되는데, 중증도 판단에는 mDF나 MELD를 이용한다. (mDF > 32 or MELD > 20)
둘 다 남아 있는 간 기능의 수준을 판단하는 지표이기에, 계산을 할 때는 간기능검사 1편에서 다룬 항목들(albumin, bilirubin, PT)을 이용하게 된다. 정확하게는 mDF는 아래와 같은 방법으로 계산하고, MELD는 생략하겠지만 bilirubin, PT INR, Cr을 이용한다.
mDF
= 4.6 (PT [patient] (sec) - PT [control] (sec)) + total bilirubin (mg/dL)
참고)
파워내과 10판
Harrison's Principles of Internal Medicine, 21th ed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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